불신은 열등감을 부추긴다

날 믿어주는 사람이 나 밖에 없을 때 올곧게 서 있기는 더욱 어려워진다.

어디 하나 기대려고 하면 나약한 놈이라고 생각하는 그 시선과 목을 조르는 침묵이 정말 차라리 인연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몹쓸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있는 정 없는 정 그 순간 만큼은 하나도 나에게 중요한 게 아니게 된다.

나는 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, 너가 날 이렇게 보게 만들었구나 라는 뉘앙스. 나보다 아주 조금 위에서 날 위에 손을 내밀어 주었는데 뿌리친 건 바로 너 아니냐? 라는 그런 상대적인 모멸감을 주는 말들.

스스로는 전혀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내 속의 열등감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한다. 내가 부족한 모든 것들이 내 머릿 속을 가득 채우면서 나는 그때부터 과분하게 운이 좋고 그렇게 투자가치도 없으며 별 의미도 없는 뜬 구름잡는 쓰레기가 되어버린다.

내 몸 안으로 내가 가장 믿는 사람들의 불신이 들어와 어느새 장기처럼 한 자리를 맡고 있는 열등감 공장에서 녹아내려 새로운 모양의 주물에 넣어지고 뾰족 뾰족한 아주 단단하게 만들어진 열등감이 되어버린다.

인생에서 후회할 만한 것들이 모두 모여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하나 하나 자리를 갖춰가 내 몸을 이곳 저곳 굴러다닌다.

그렇게 가장 다치기 싫고 내 스스로 조심스럽게 다루는 곳에 가서 그대로 푹 박혀버린다. 가장 조심스러워서 가장 두꺼운 벽이 생겼기 때문이다.

빠지지도 않고 그렇게 상처는 커져 가고 사람은 뒤틀려간다.

정말 내가 가진 것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가? 내 인생에 정말 필요한 것들인가? 인간 쓰레기같은 구역질 나는 생각도 서슴치 않고 하게 된다.

그런데 좀 화가 난다.